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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머무르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신비함 가득한 공기는
예불을 알리는 타종 소리로 시작된다.
청록색의 거대한 언덕과
흐르는 전각의 지붕들을 따라 퍼지는 얇은 울림의 진동과 함께.
연달아 울리는 종소리는 청아하고 깨끗하다.
계곡의 물방울이 울리는 소리,
흐린 새벽안개가 걷히며 울리는 연하고 연한 종소리와 비슷한가.
요 연하고 깨끗한, 첫 번째 예고의 울림은
예불 장소로 향하는 사박사박 발걸음 소리를 불러온다.
사박사박. 사박사박.
조용히, 저들끼리
‘의식을 시작할까요’
하는 마음의 준비가 담긴
흙과 고무신의 마찰 소리 사박사박.
신성한 의식이란 무엇일까.
절에서의 신성한 의식이라.
오늘 오후 6시 30분 이후
내게 신성한 의식은
저 너머에 닿는 신뢰, 닿기까지의 번뇌,
고독을 끊임없이 수행하는 행위로 정의되겠다.
끊임없는 일상으로 돌고 돌아 여기까지.
열반으로의 돌고 도는 하루의 예불인 것이지.
6시 30분.
주황색 가사를 걸친 스님과
보온용 바람막이 위 개량한복을 걸친 나의 예불 풍경은 이러하였다.
회색빛 하늘의 선명한 온도가 감도는 저녁.
절의 수많은 전각들 속에서,
수많은 자리들 중에서 이곳의 방석 위에는 나와 고요한 스님뿐이다.
예불 담당 표가 있는 걸까.
한 명씩 돌아가며 하나 둘 하나 섯 아침의 예불,
정오의 번뇌,
저녁의 고요함을 올리도록 말이다.
세 개의 불상, 거대한 탱화, 그리고 방석 끝을 잡은 두 명의 사람.
이 거대한 공간 속에서 어색함이라는 속세의 온도를 느낄 새는 없다.
이 사이는 곧 경을 외는 목소리로 가득 찰 것이고,
찰나의 틈 사이로 펼쳐질 어떤 각자의 세계로 쑥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절을 한다. 고개도 숙이고 손도 모으고, 앉았다 일어섰다 무릎을 움직인다.
눈앞에 보이는 건 황금빛을 입은 약사불이다.
그리고 빛바랜 천장의 무늬들.
그곳을 떠다니는 희미한 불빛, 불상에 반사되는 촛불,
반질거리는 고동색 마룻바닥의 결.
직사각형 붉은색 스님의 방석, 갈색 내가 오른 방석,
그 위를 가득 채운 거대한 탱화.
목탁 소리를 따라, 목소리를 따라,
무릎을 굽혔다 폈다,
몸을 내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에.
저절로 혼자만의 세계가, 쑥 하고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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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고개를 들이미는 첫 번째 호기심.
예불 풍경이다.
처음과 스쳐간 현재. 다를 풍경과 방식이.
백 년 전에는, 오백 년 전에는, 천 년 전에는,
아니 더 이전 어떤 곳에선 어떻게 의식을 다듬었을까.
궁금하고 궁금해.
그리고 그 순간 수행자는 어떤 소리로, 어떤 행위로
번뇌의 끝자락에 닿으려 했을까 궁금하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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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호기심.
스님의 인생사 한편에 관한 궁금증.
언제부터 스님이셔요, 신뢰가 함께인가요,
예불할 적에는 어떤 세계를 마주하고 있는지, 제일 정이 가는 불상이 있나요,
아니면 모든 것이 다 같을까요, 수행과는 머나먼 거리의 이야기.
저는 인생 속 수행의 시작과 이어짐이 참으로 궁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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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 번째 신기함.
예불하는 이들의 마음속 바람에 대해.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신라 시대 쌓여진 이곳에서, 쌓이고 나타난 절 앞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바랬을까.
그저 수행이었을까?
아니면 건강 일지도, 아니야 권력이지, 부 일지도 모르지.
그런 야망가들의 수행도 닿기는 하나요? 궁금하네요 그게.
어제의 절에 걸린 연등에는 건강과 학업성취 기록이 가득할 뿐이거든요.
이전의 길 위에선 무엇이었을까 싶어서요.
혹시 들린다면 전해주세요. 혹시 모를 그네들을 위해.
…그런데 효과는 어디서 강한 걸까요.
신비로운 저녁
불상 앞 방석에서의 생각은
‘곧 예불이 끝나겠다’라는 예감이 들자
저절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 언제나와 같이,
어제와 같은 자그마한 현생 속 부탁 시간을 가졌고.
저는 건강이 제일 우선이에요. 안 아프게, 건강한 삶을 살아가도록 부탁드려요.
가족도, 친구도, 모두가.
목탁 소리가 그치고
예불도 끝나고
종소리도 멈추고
밤으로 들어서는 새소리만 가득한 시간까지.
예불은 끝났다.
오늘의 밤은 이렇게 재미있는 생각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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