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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과 2주간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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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서 두번째로 머물게 된 곳은
Darna hostel
아랍어로는 우리 집 이라는 뜻의
작고 포근한 호스텔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끝없는 전쟁으로
호스텔은 평소보다 조용했고
몇일동안 익숙해진 얼굴의 여행자들과
긴 긴 밤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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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만찬
어느날 이탈리아 여행자 P가 양 손 가득
음식을 들고 나타났다.
초록 언덕이 가득한 시골 아즐룬에 놀러간 P는
도로에 줄지어 서 있는 작은 가판대 들에서 맛있는 음식을 발견했다.
- - -* - - - -* . - ㄱ
플라스틱 항아리에 담긴 염장 치즈
갖 짠 석류를 담은 쥬스
얇은 담요처럼 둘둘 말린 빵
너무 짠 올리브
포도잎을 돌돌 만 마나케쉬
- - - .. *.
P는 요르단의 이 아름다운 음식들을
그대로 호스텔로 옮겨왔고
밤 10시, 만찬의 시작을 선언했다.
접시를 나르고
후라이팬을 휙휙 돌리고
잔과 포크를 준비해
모두 함께 식탁으로.
이날 밤 호스텔엔
운영인 D와
이 모든 것들을 옮겨 온 P,
사막에서 돌아 온 A
(나는 그녀를 한 시간 전에 처음 봤다.)
그리고 내가 있었다.
접시에 무엇을 담을까 고민을 해 보았다.
* . ㅇ.
치즈와 올리브
.ㅇ
말린 베리
얇은 빵 *.
팔라펠과 마나케쉬들
ㅇ * .
달콤한 잼과 석류 시럽 부드러운 꿀
얇은 담요빵에
치즈를 올리고 꿀을 둘렀다.
팔라펠도 올려주고 베리도 올려
돌돌 담요를 말아 입으로 쏙.-
석류쥬스를 한 모금 마시고
햐-
석류쥬스는 쌉쌀하고 상큼하다.
그리고 와인처럼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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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이 끝난 밤,
P가 호스텔을 손보기 시작했다.
옥상에 올라가 뚝딱 뚝딱
D에게 “P가 지금 뭘 하는 걸까?” 라고 묻자
“뭘 고친데, 나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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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늦게까지 P는 셀프 리모델링에 열중했다.
아침이다.
P가 수리와 셀프 인테리어로 분주했다면
난 호스텔 체크 아웃 청소로 이리저리 정신이 없었다.
침대를 정리하고
물건 보관함을 정리하고
멋진 풍경이 보이는 화장실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켰다.
마침내 정리가 끝난 아침 9시10분.
캐리어를 거실에 두고 호스텔을 떠났다.
몇일간 친구 집에서 지내다 다시 돌아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무겁고 거대한 캐리어는
호스텔에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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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뒤 호스텔로 돌아와 보니
새로운 분수가 생겼다.
구조도 이리저리 바뀌었다. 더 아늑한 집처럼.
호스텔의 주인인 A는 손을 잡고 호스텔의 바뀐 곳을 이곳 저곳 보여줬다.
“이탈리아 P 알지? 이곳 저곳 손 봐줬어!”
정말 우리집 호스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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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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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오른쪽 문을 열면
거대한 나무 뒤로 암만 시내가 보인다.
아침의 햇살은 참 고요해...
시끄러운 암만 시내도 조용히 햇살에 묻혀
침묵한다.
어느날은 줄로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들렸다.
문을 활짝 열고 이리저리 둘러보니
저- 옆 건물 옥상에서
열댓살 처럼 보이는 두 명이 옥상 바닥에 앉아 열심히 줄을 튕기고 있었다.
어색하게 눈이 마주쳤고
서로 하던 것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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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니 다시 딩가 딩가-..
음악 소리가 울렸다.
연습은 금방 끝났다.
아쉽게도 앵콜은 없었다.
비대면 옥상 연주회, 다음 공연은 언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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